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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차라리 놀아라

작성자 : 새소식 작성일 : 2005.04.30 08:30:56 조회수 : 961

#공무원, 차라리 놀아라 "되도록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으려니 미안하다고요? 그래도 마음 꿋꿋이 먹고 그냥 노세요. 그게 뼈 빠지게 일해서 세금 내는 국민을 돕는 길입니다.

" 서울대 행정대학원 최병선 교수의 말이다.

그 자신이 제18회 행정고시 합격자로 전북도청 공업계장, 상공부 사무관을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교육 때마다 이 얘기를 빠트리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신규임용 공무원 교육장에서는 아예 이 말 외 다른 말은 안 한다고 단언했다.

그 어렵다는 행시에 합격해서 청운의 꿈을 품고 공직에 첫발을 내딛는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그룹 앞에서 최 교수는 왜 "아무 일 안 하는 게 최선"이라고 목청을 높이는 것일까? 이달도 하루를 남겨두었다.

올해의 3분의 1을 보내는 동안 대구는 두 가지 역점사업에서 중요한 전기를 맞았다.

대구시가 6년간 끌어온 밀라노프로젝트 패션어패럴밸리 사업 방향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게 그 하나이고, 조성 10년을 맞은 종합유통단지를 대수술하기로 한 게 그 둘이다.

대구를 세계적 패션도시로 만들기 위해 기획된 패션어패럴밸리는 1999년 시작해 완공목표연도를 한 해 남겨둔 상황인데 현재 사업비 기준 진척률이 18%에 불과하다.

2천307억 원의 민자 유치 목표를 세웠지만 지금껏 들어온 돈은 한 푼도 없다.

입주율 91%인 종합유통단지 사정은 조금 나아 보인다.

일반의류관 입점률이 49%로 저조한 것을 빼면 일단 조성은 된 듯싶다.

문제는 손님이 없다는 것. 가게마다 50~70% 할인 포스터가 즐비하지만 손님 구경 못했다는 업소가 한둘이 아니다.

가장 장사 잘 된다는 산업용재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입점업체들이 아직도 북성로 가게를 치우지 못하고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이 종합유통단지의 현실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이 두 사업은 기획에서부터 집행까지 관, 그러니까 대구시가 도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패션어패럴밸리 사업은 탄생에서부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대구시)의 정치적 노림수가 많이 가미된 것이었다.

지방정부 수장의 소신에 따라 사전 연구·조사나 별다른 시민적 공감대 조성 없이 졸속 입안됐다.

여기에다 뭔가 크게 돕고 있다고 생색을 내려는 중앙정부 의도가 더해져 전체 사업규모가 부풀려졌다.

2000년 입주수요 조사에서 확인된 산업용지는 2천 평도 안됐지만 그 50배인 10만 평이 사업지로 획정된 것 역시 대구시 작품이다.

종합유통단지도 마찬가지다.

부진 원인을 짚고 활성화방안을 연구 중인 계명대 산업경영연구소는 종합유통단지의 오늘은 조성계획입안 당시 대구시가 지나치게 이상적인 생각에 의존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이와는 거꾸로 된 사례도 있다.

지금 대구 제1 산업은 자동차부품업이다.

10년 만에 매출은 3배 커졌고, 근로자 5명 중 1명은 차부품업체에서 일할 정도로 대구 주력산업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대구시가 육성한 게 아니라 업계가 알아서 큰 것이란 점이다.

업계 말을 빌리자면 "잡초처럼 자랐다"이다.

업계가 노력해서 성장했다는 얘기다.

대구시가 '차부품업 전수조사'를 실시한 게 겨우 지난해이니 그동안 손 놓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오늘의 차부품산업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지금껏 주요 사업을 공무원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위에서 보듯이 그 결과는 별로 좋지 않다.

왜냐하면 공무원이 산업발전을 주도하는 시기는 지났기 때문이다.

시장은 벌써 공급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 위주로 바뀌었다.

문제는 지금도 각종 지역발전사업이 공무원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말로는 '혁신'인데 행동은 '새마을사업'이고, 내건 구호는 '산-학-연-관 협력'인데 속내를 보면 '관(공무원)-학(대학교수)-연(연구소)-산(기업인)' 순이다.

'기업이 살아야 대구가 산다'고 내걸었지만 어딜 가도 공무원이 상석 차지이고 기업인은 여전히 말석을 면치 못한다.

글머리의 최병선 교수 얘기는 정확히는 규제 완화를 주제로 한 것으로, 지역발전 및 지방정부의 역할론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마냥 우스개로 듣고 넘길 말씀만은 아닌 듯하다.

‘잘 키운 공무원 하나, 열 기업인 안 부러운’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민간·기업이 주도하고 공무원은 지원·보조하는 역할분담 구도 속에서만 주효한 것이다.

군림하지 않고, 가르치려 들지 않고, 어떻게 하면 민간을 잘 도울 수 있을지 고심하는 공무원상을 기대해본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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